아동학대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지난 5년간 한국에서만 130명이 넘는 어린이가 아동학대로 사망했고 아동학대 피해자는 지난해 처음 2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매년 신고체제 구축운영, 교육홍보 및 실태조사 등을 통해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아직 '아동학대'라는 개념조차 자리 잡지 않은 나라가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바로 북한이다.
한 기관이 발표한 '북한 아동학대 보고서'의 내용을 정리해봤다.
북한에는 '아동학대'라는 단어 없다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 중인 비정부기구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 People for Successful Corean Reunification)'이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북한을 포함한 유엔 196개국이 동의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서두에서 언급했다.
단체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2014년 북한 내 아동 인권 침해가 만연하다고 규탄했음에도 아직도 북한 안에서 '아동학대'와 관련한 어떠한 통계 자료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 개념 자체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내 아이들에겐 폭력과 방치가 삶의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치부되고 있으며, 체계적으로 다루어 져야 할 문제로써 고려되지 않는다고 더했다.
성통만사는 200명이 넘는 탈북자 증언을 바탕으로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만 존재한다
북한에도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은 존재한다.
북한 아동권리보장법 제43조는 가족 내 이루어지는 아동에 대한 학대, 폭력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27조는 부모가 아동을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양육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성통만사 측은 탈북자 증언을 근거로 법률이 실제로는 기능하고 있지 않으며 "정부가 가정 폭력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보호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정 안팎으로 이뤄지는 폭력
연구에 참가한 한 탈북자는 대부분의 북한 어른들이 아이를 때리는 데 머뭇거림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탈북자 증인을 따르면,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들이 소란을 피울 때 어른에게 맞는 것이 흔하며, 특히 부모 자식 간 폭력적인 상황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끔찍한 체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한 예로 연구에 참가한 탈북자들은 입을 모아 숙제를 하지 않았을 때 체벌이 이뤄졌다고 증언했으며, 한 학생은 극심한 체벌로 일주일간 등교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탈북자는 부모와 아이 혹은 선생과 학생 사이 훈육 상 때리는 것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문화를 설명하며 "사회가 폭력적이고 구조가 폭력적이다. 사회구조 자체가 강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나아지고 있다'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몇몇 탈북민들은 폭력적 상황에 대해 사회적 진전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응답자를 나눴을 때 1949년에서 1964년 사이 태어난 탈북자들의 70%가 신체적 학대를 경험해봤다고 답한 반면 1997년에서 2013년 사이 태어난 탈북자들은 19%만이 신체적 학대를 경험했다고 진술했다.
성통만사는 이러한 변화 원인으로 사회적 가치 변동을 꼽았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가운데 한 명뿐인 귀중한 자식이 맞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으며 남한 등 외국 미디어의 영향으로 폭력이 구시대적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실제 한 탈북자는 북한 국민이 남한의 로맨틱 드라마에 노출됨에 따라, 드라마 속 인물의 행동을 따라하면서 폭력성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인식 변화는 외국 미디어에 노출이 높은 도시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더했다.
기관은 이어 '돈'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폭력의 피해자들이 금전적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화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싸우거나 때리는 것을 피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국가의 실패'
보고서는 결국 북한이 아동 권리 보호에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아동 보호를 위한 포괄적인 법적 체계가 분명 존재하는데도 집행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북한 내 폭력이 지나치게 일반화되어있어 폭력을 수단으로 아이들을 훈육하거나 당국에 따르도록 하는 행위가 만연하다며, 이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주민들이 스스로 물리적인 힘에 의존하게 한다고 성통만사는 덧붙여 설명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만 이뤄진 조사로, 현 북한 내 아동 인권 세태를 정확히 대변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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